구)제작노트
제작노트 #7
아기띠워머,
개발은 했지만 런칭은 포기한 이유




코니아기띠에 어울릴만한 아기띠워머를 직접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건 2017년, 코니아기띠를 출시하던 해였어요. 지금부터 (또) 맨 땅에 헤딩하며 개발한 코니 아기띠워머 탄생 스토리를 들려드릴게요. 



아기띠 완판 직전 마지막 배송. 물류센터가 없을 때라 직접 포장하고 배송했다. 

 


2달 동안 판매할 수 있을거라고 예측한 코니아기띠 초기 생산 물량이 런칭 2주만에 완판 됐어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고 기쁘다기 보단 얼떨떨했죠. 그리고 충격적이었어요. 그 동안 저는 제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왔었거든요. 고객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내가 만든 제품을 위해 지갑을 열어줄까, 내가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한 제 자신에게 미안했어요. 집중 육아기의 아기를 직접 키워내면서 '이런 건 꼭 필요할 것 같아' 라고 매 순간 느낀 엄마로서의, 소비자로서의 직감. 앞으로는 그걸 더 믿어주고 싶었어요. '실패해도 괜찮아, 배우는게 있다면 남는게 있는거야.'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들이 진짜로 필요할 만한 것들을 더 만들어보자, 의욕이 불타올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불편했던 적은...' 육아하며 겪은 불편한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렸어요.  


 

저의 경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불편했던 기억 중 하나가 바로 '겨울 외출' 이었어요. 아이를 출산한 게 9월이고 외출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본격적으로 들었던 게 12월. 하지만 몸도 다 풀지 못한 산모가 아이랑 외출하기에 우리나라의 겨울은 너무나도 혹독하더라구요. 날씨가 추워서 아이도 저도 겹겹이 껴입어야 하는 건 물론 한파 대비 차원에서 챙겨야 하는 것들의 부피가 상상 이상이었어요. 아기띠 워머, 패딩 우주복, 겨울 블랭킷... 모든게 거추장스럽고, 항상 손이 모자라니 남편이 동행하지 않는 겨울 외출은 쉽게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한 번 아기랑 저랑 단 둘이 접종 겸 외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허둥지둥의 연속. 아기띠워머를 하고 나가자니 완전 군장 상태에서 입고 벗는게 너무 거추장스러웠고, 워머 없이 블랭킷으로 가볍게 외출을 하자니 자꾸 떨어지고 줍고.. 한 겨울 길바닥을 쓸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한겨울 외출을 더 가볍게, 더 간편하게 해 줄 수는 없을까?' 



그 때 개선해야 겠다고 느낀 지점이 바로 '아기띠워머' 였어요. 코니아기띠 런칭을 2017년 9월에 했으니 초기 2-3주 동안 인스타그램에서는 한창 예쁘게 잘 활용하시는 고객분들의 사진이 많이 올라왔어요. 근데 10월 초 부터 일교차가 벌어지다보니 코니아기띠 위에 거즈 블랭킷을 걸친 사진부터 바람막이 워머를 걸친 사진, 엄마 아빠 경량 패딩을 거꾸로 걸친 사진 등등이 보이더라구요. 아기띠를 아무리 가볍게 만들어도, 겨울 짐을 줄여주는 워머가 없다면 '초경량' 이라는 말은 사실상 허울에 가까웠구나 싶었죠. '코니아기띠' 다음 아이템을 '워머' 로 잡은게 9월 말이었고 10월 초부터 저는 또 맨 바닥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비용 아껴보겠다고 광목천에 그림을 그렸지만.. 전문직이 왜 존재하는지 깨달음

 


쌀쌀해지기 시작한 10월 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겨울 상품을 생산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기획부터 시작한다는게 말도 안된다는 사실을 지금은 알아요. 하지만 그 땐 몰랐습니다. 부지런히 제품만 기획하면 12월 말에는 나오겠네! 한국 꽃샘추위가 4월까지니까 이 워머를 사주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거야! 라는 순수한 생각을 그 땐 했었습니다... (여기서 초보 티 너무 나네요.)


 

동대문을 돌아다니면서 원단도 사입하고, 샘플을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광목 천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서 잘라 붙여보고, (그 땐 아이가 왠만큼 큰 상태였기에) 아기 사이즈 인형을 안아가면서 테스트를 거듭했어요. 동시에, 소개 받은 생산 대행 업체와도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지식과 경험이 저보다 많은 분들일테니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 시간을 당겨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1주일에 여러 번 미팅이 거듭되고, 원단이 결정되고, 시제품 샘플도 완성했어요.


 

완성품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2017년 첫 시제품

 


이제 go! 결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자꾸 찝찝한거에요. 모든 게 저의 결정을 바탕으로 완성한 샘플이었지만 일정에 쫒겨 완성한 시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 외주 업체 디자이너님이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안 그러면 이번에 못 판다'고 말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리고 고심 끝에 "이 제품은 못팔겠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아, 그 때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참 괴로웠어요. 만들고 싶은 제품이 머릿속에 딱 있었는데 왜 완성된 제품은 그것과 달랐을까.. 제가 틀렸다는 사실, 제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멀리 보면 너무 잘 한 결정이었어요. 그 때 멈추지 않았더라면 그 제품은 코니의 최대 오점이 되었을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아기띠 워머라는 제품은 외출할 때 마다 매 번 입어야 하는 필수템이지만 두 벌 세 벌 사지는 않잖아요? 아기띠는 두 개 세 개 병행해서 살 수 있어도 워머는 그 계절을 버틸 수 있는 딱 한 벌만 골라 산단 말이에요. (워머를 두 개 살 바에 보통 애기 외투를 두 벌 사죠.. 엄마는 그런 사람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기띠워머는 정말 마음에 드는, 편안한, 잘 만들어진, 좋은, 합리적인 한 벌의 옷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시간에 쫒겨서 출시할게 아니어야 했고 원단과 부자재, 봉제 퀄리티를 타협해서 만드는 조악한 옷이 아니어야했죠.


 

'시간이 내 편일 때, 비로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제 좌우명 중에 하나에요. 발품도 오래 팔고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무엇보다 시간에 쫒기지 않아야 마음에 쏙 드는 걸 만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남자도, 신혼집도, 옷도..) 그래서 다음 한 해 더 충분히 고민해보기로 했어요. 샘플도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도 미리 겪어보고 제대로 된 제품을 선보이자고 다짐했습니다.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도 제품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판매하는 과정이 즐겁고 신날텐데, 제품에 감출 부분이 있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으면 어딘가 모르게 켕기고 움추러들어요. '출시의 속도'보다 중요한 건 '제품의 절대적인 품질'이기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워머 개발을 중단한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물론 그 땐 인정하기 쉽진 않았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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