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작노트
제작노트 #9
격하게 필요해서 직접 만든
'코니 이지바스 후드타올'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돌 즈음 되던 어느 날이었어요. 두 아이 목욕을 마치고 욕조에서 꺼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려던 찰나 아주 잠시 머뭇거렸을 뿐인데 둘 다 그 새를 못 참고 발가 벗은채로 뛰어나가더라구요. (참고로 전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 놈은 거실로 뛰고 다른 한 놈은 안방으로 돌진하는데 마침 겨울이라 밖은 춥고 목욕 직후라 마음이 너무 급했어요.
책임감 없는 뒤태…
아시잖아요, 아이 둘 중 하나라도 감기에 걸리면 꼬리에 꼬리를 문 연쇄 감기 병간호 하다가 1주일 동안 잠 못자고 면역력 떨어진 부모 중 한 사람이 그 감기 가져가면서 앓다가 끝나는 새드 엔딩을요… 부랴부랴 아무 수건이나 집어들고 둘째에게 달려가 물기 닦고 머리 털고 새 수건 찾아 첫째를 붙들고 물기 털어내고 있는데 이판사판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바닥은 아이들이 흘린 물기로 흥건하고, 내 옷은 반쯤 젖어있고 머리는 봉두난발에, 아이 둘 다 각자의 장난감에 빠져 벌거숭이로 뒹굴거리는데 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깨달았죠. ‘이것이 아들 둘 키우는 내가 앞으로 매일 저녁 마주할 풍경이겠구나…’
여담이지만 저희 아이들 둘 다 걸음이 빨랐어요. 첫째도 9개월부터 잘 걸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째도 비슷하게 걷기 시작하더니 돌 즈음 되니 혼자서도 자박자박 잘 걷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잘 걷기 시작하니 목욕이 전에 없이 힘들어지더라구요. 아니 글쎄 아이들이 갑자기 도망을 가요… 그리고 부모가 막 잡으러 오는 데 그게 새로운 잡기 놀이 인 줄 압니다…
이끄는 자, 따르는 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육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면 그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죠. 저는 인터넷을 뒤져 후드타올의 존재를 알아냅니다. 머리 위로 푹 씌우는 형태의 타올이라고 하더라구요. 인터넷에서 판매 순위가 높은 후드타올을 샀습니다. 폭닥폭닥하니 극세사로 된 포근해보이는 수건이었어요. 근데 웬걸, 극세사 재질이라 그런지 흡수가 잘 안되더라구요. 분명히 꼼꼼하게 누르며 닦아줬는데 사타구니가 너무 축축했어요! (사타구니 습한 거 참지 못하는 아들 엄마…)
여기서 포기할 제가 아니죠. 저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날 때 까지 집요하게 계속 사는 스타일이거든요. (타고난 쇼핑 유목민입니다) 그 다음에는 거즈 재질로 만들어진 후드 타올을 구입합니다. 신생아 침 닦는 수건 재료도 거즈잖아요? 흡수력은 정말 뛰어나더라구요. 하지만 거즈 특성 상 너무 얇고 신축성이 없어서 육중한 둘째가 입고 벗기기 어려웠어요. 다음으로 면 100% 테리(Terry) 소재의 후드타올을 추가 구입합니다. 테리 원단은 수건처럼 한쪽을 고리 형태로 짠 원단인데요, 문제는 제가 구입한 후드타올 원단은 수건용이 아니라 의류용으로 만들어진 소재라 수건용으로 쓰기엔 너무 얇더라구요. 흠뻑 젖은 날엔 아이가 금세 추워했습니다.
국내엔 마음에 드는게 없어 해외 사이트를 뒤져 타올을 삽니다. 후드타올로 유명한 브랜드였어요. 면 100%에 실제 수건용 원단이었는데 디자인도 요정핏! 저는 드디어 정착할 수 있겠구나 싶어 기뻤습니다.
쇼핑의 종착점이라 생각했던 귀요미 타올
하지만 이 귀요미 타올에도 치명적인 단점 2가지가 있었습니다.
1) 벗을 때마다 머리가 낑겨 오열 (참고로 둘째 머리가 상위 5% 안에 듭니다.)
2) 면 100%이라 흡수는 잘 되는데 부드럽지가 않음. (부모님 댁 수건 보면 건조기 안 돌리고 햇볕에 말리셔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좀 뻣뻣하지 않나요? 그런 느낌)
머리 크기 탓이 아니란다…
그 때 제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사자성어가 있었어요. 갈이천정(渴而穿井). 목마른자가 우물을 판다. 저는 저의 고생을 덜어 줄 탁월한 후드타올이 절실했습니다. 매일 책임감 없는 궁뎅이를 보며 소리지르지 않아도 되는, 습한 사타구니에 아쉬워하거나 벗길 때 마다 씨름해야 하는 후드타올이 아닌 걸 만들어야겠다 결심합니다. 지구상에는 제 마음에 쏙 드는 후드타올이 없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마음에 쏙 드는 후드타올을 선보이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코니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좀 집요해요. 마네킹 위에 천으로 얼기설기 옷을 만들어 핏 보는 가봉 과정을 스킵하고, 상상한 바를 진짜 옷으로 만들어 실제 아이들에게 입혀보며 만듭니다. 육아의 현장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매일같이 입히고 벗기고 빨래하고 개면서 소재 분석하고 핏을 고쳐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꽤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이 방식으로 아이템을 개발하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좋은 점 불편한 점을 몸소 알게 되거든요. 아쉬운 점들을 출시하기 전에 미리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좋은 것들만 줄 수 있게 돼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후드타올을 만들기로 한 이상 뛰어난 소재부터 찾아야했습니다. 후드타올 유목민 시절 숱한 실패를 겪으며 알게 된 귀한 러닝이 있었어요.
1) 털이 긴 극세사 타올은 부드럽기만하고 흡수력이 떨어짐
2) 면 100%인 타올은 흡수력은 괜찮지만 충분히 부드럽지 않음
두 소재의 아쉬운점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극세사와 면100%은 제외하고 서칭을 시작했습니다. 소재 측면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는 ‘뛰어난 흡수력’과 ‘부드러움’이었어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오면 가뜩이나 연한 아기 살이 더 물러지잖아요. 그래서 처음 닿는 타올은 무조건 곱고 부드러워야 해요. 소재팀과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밤부 소재로 방향을 좁혔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밤부 소재가 면보다 비싸긴 해도 흡수력이 더 좋고 부드러웠거든요.
최고급 밤부코튼 타올 소재를 골라 형태와 핏을 수정하며 장장 4개월을 테스트했어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 소재는 드롭됐습니다. 원하는 두께로 중량을 올리자니 타올이 무거워지는데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더라구요. 아무리 유통 마진 없는 코니라지만 아기 한 명 키우는데 후드타올이 적어도 2장은 필요한데 후드타올 한 장에 7만원씩 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부모 마음 다 아는데 2장 사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1장만 사야 하는 그런 제품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흡수력에 은은한 광택까지 나던 첫 샘플
아무리 좋다한들 7만원씩 주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소재팀과 이틀 정도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원단을 짤 때 안쪽면과 바깥면 소재를 다르게 이중으로 짜면 되는 거였어요! 살에 닿는 안쪽면은 그대로 밤부코튼 혼방 소재를 사용하고 겉면은 가볍고 보송보송한 마이크로화이버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흡수력과 부드러움은 탁월하면서도 도톰하고 가벼운 타올 소재를 완성했습니다. 겉면을 촘촘하게 덮고 있는 마이크로화이버 덕에 안쪽면이 물기에 젖어도 체온이 따뜻하게 유지됐어요. 원단 생산처를 해외로 옮기고 다양한 스펙으로 직조 테스트를 하면서 단가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후드타올을 디자인 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입고 벗기기 쉬워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저희 둘째가 머리가 좀 많이 큰 편인데요, 목 둘레가 고정되어 있는 후드타올을 매 번 위로 벗기려고 하니 애가 한 번은 꼭 울어야 하더라구요. (블록 놀이라도 하고 있는데 후드타올 벗다가 블록이 엎어지기라도 하면… 그날 저녁은 새드 앤딩인겁니다…) 그래서 아이가 장난감에 홀려있을 때 ‘허물벗듯’ 벗겨낼 수 있는 형태를 연구했어요. 후드타올 어깨에 3개, 겨드랑이 아래에 1개씩 총 스냅 5개를 달기로 합니다. 스냅을 다 열면 그냥 옷이 옆으로 후루룩 떨어질 수 있도록요.
벗겨도 벗긴 줄 모르는 신개념 후드타올 디자인 완성!
홀린듯 벗기기 시전 중
원래 둘째 목욕이 너무 힘들어서 만든 후드타올이었는데 첫째가 자기꺼는 없냐며 엄마는 동생을 더 사랑하는게 아니냐 묻더라구요. 당시 첫째가 5살이었는데 키가 제법 커서 후드타올은 안되겠다 싶어 얼떨결에 저는 키즈로브까지 만들게 됩니다… 키즈로브는 끝단을 2중으로 말아 박는 더블헤밍 기법 등 5성급 호텔 로브 디자인을 많이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다만 키즈용이라고 다른 게 있다면 분리된 허리끈을 아예 몸판에 붙여버린 거에요. 첫번째 샘플에서는 허리끈을 성인 로브처럼 분리되게 만들어놨더니 빨래 갤 때마다 분리된 허리끈 찾아 끼우는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라구요. 가운데를 똑바로 못 맞추기라도 하면 한 쪽으로 끈이 길게 내려와 물이 흥건한 욕실 바닥에 끌려 허리끈만 축축해 지기도 했습니다. 매 번 애먹이던 허리끈을 몸판에 붙여버리니 모든 불편함이 사라졌어요.
후드타올 키즈로브 두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제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느낌이에요! 후드타올이 없었을 땐 제가 아이들이랑 맘편히 같이 목욕을 못 했어요. 밖으로 뛰어나가는 벌거숭이들 뒤따라다니느라 바빴거든요. 욕실 뒷정리랑 제 샤워는 애들 재우고 따로 할 때가 많았구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랑 같이 목욕을 합니다. 후드타올 쏙 입혀서 내보내고 저는 욕실 정리까지 싹 하고 나가도 돼요. 여유롭게 머리 털면서 나가면 아이들은 제가 내보낸 채로 5분이고 10분이고 놀고 있습니다. 여름 에어컨 바람에도, 한겨울 서늘한 외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거트 먹고 놀고 있어요. 감기 걸릴 걱정 없으니 제가 준비가 되었을 때 천천히 옷을 입힐 수 있습니다. 시간의 주도권이 완전히 저에게 넘어온 기분이에요. 그래서 1박 2일 짧은 여행을 가도 후드타올과 키즈로브는 꼭 챙겨갑니다. 어디서든 목욕 후가 여유로워지거든요.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보이는 이유는
후드타올 때문일까 지들끼리 잘 놀고 있어서일까…
코니는 ‘부모로서의 삶을 더 쉽고 멋지게’ 라는 미션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이 후드타올과 키즈로브는 육아를 더 수월하게 해주는 제품이에요. 가격도 여러장 사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제가 사고 싶은 가격에 합리적으로 맞췄습니다. 5성급 호텔 기프트샵에서 본 10만원짜리 로브보다 저희 소재가 더 좋아요. 저는 이런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세상에 기여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양육자의 걱정과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제품이거든요. 만든이 본인이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보세요, 육아의 질이 달라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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