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작노트
제작노트 #6
난이도 최상..
수준 높은 봉제 공장 찾기



제품을 기획하는 초기부터 아기띠는 아기의 안전과 직결된 제품인만큼 봉제 공장만큼은 정말 좋은 곳과 일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공장의 퀄리티를 떠나, 봉제 공장 자체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은 기업 대 기업으로 일을 받기 때문에(B2B) 저 같은 일반 소비자들이 검색을 통해 공장 정보를 알 수는 없는 구조였어요. 


 

매일 같이 공장 수소문하고 다니던 시절...

 


제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어요. '수소문'과 '폭풍 검색'. 인맥을 뒤져 봉제 공장 하시는 분을 소개받고, 일감을 찾고있다는 글이 보이면 무조건 찾아갔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저를 파트너 취급해주지 않았어요. 무시는 기본이고, 문전박대를 당하는 날도 있었죠. 부르는 가격은 늘 예산을 초과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봐도 초보였고, 그 분들 입장에서는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태로 보였을 것 같아요. (의욕은 넘치고 전문성은 없는데 너무나도 당당한 저 같은 초보들이 얼마나 성가셨을까 싶긴 합니다..)  


 

'생산'은 자본금을 싸그리 털어 넣어야 하는 과정이었기에, 무엇보다도 확신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제가 몸담았던 업계가 아니다보니 공장장님을 만나 미팅을 해도 이 분께 저와 이 브랜드의 운명을 맡겨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봉제 공장의 생리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었기에.. 제 스스로도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생산 대행업체를 소개받았어요. 저의 부족한 경험을 메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소개받은 분과 일을 시작했습니다. 런칭 제품들은 모두 그 때 만들어진 제품이에요. 하지만 공장에 직접 가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하려다보니 실제로 생산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문제 상황을 전달 받고 저희 입장을 전하더라도 그게 공장장님이 이해하는 언어로, 봉제하시는 분들의 손끝까지 전달되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기획은 제가 했어도 고객분들이 받아보는 제품은 결국 '생산하시는 분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것이기에, 저는 작업을 하는 분들이 저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일이라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일을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거니까요. 



원단과 봉제, 생산까지 모르는 부분들이 많은데다가 누군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자니... 매우 느리고 불투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품 퀄리티가 제일 중요한데, 그걸 챙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잘 모르더라도 공장과 직접 부딪치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괜찮아보인다 싶으면 너무 비싼 값을 불렀다. 

 


봉제 공장을 찾기 위해 끙끙대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막내 숙모 미싱 하는거 알아? 한 번 물어봐" (와.. 저는 그 때 엄마의 뒷통수에서 성모마리아의 헤일로를 보았어요..) 숙모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화를 드렸어요. "아 몰랐어? 나 미싱하잖아~ 우리 오빠 공장인데 백화점 옷만 해. 내가 명절 때 마다 조금씩 가져다 주던 그 옷들 있지? 그 브랜드 옷 우리가 만드는거야. 시간되면 와 봐". 아, 그제서야 저는 알았어요. 제가 중학교 때 부터 입고 자란 그 유명브랜드 옷이 저희 숙모가 만든 옷이었다는 걸요... 


 

빛의 속도로 날아가 만난 공장은 여태껏 수소문하며 방문해 본 공장들 중에 가장 제대로 된 공장이었어요. 작업 공간이 넓고, 밝았고, 깨끗했어요. 다시 말하면 여태껏 방문했던 공장들은 좁고, 어둡고, 어수선했거든요. 공장장님께서는 백화점 납품 경력만 30년이고, 깐깐한 의류 브랜드들과 일하면서 빡세게 훈련 되어있기 때문에 봉제 품질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돈처녀가 사업 한다는데 내가 도와줘야지'. 제가 듣고 싶은 말씀을 먼저 해주시는 공장장님께 앞으로의 모든 물량을 다 드려도 되겠냐고 여쭈었고,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지금 그 공장은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로 수출되는 코니아기띠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저희 메인 공장이 되었습니다. 30년간 거래하던 의류브랜드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온전히 저희 제품만 신경쓰며 만들어주고 계세요. 작업하시는 분들께서 365일 저희 아기띠만 만드시는데, 한 제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다보니 숙련도도 높고, 작업속도도 빠르고, 무엇보다 완제품의 퀄리티에 대해서 엄격하세요. 무엇보다 공장장님께서 사돈의 팔촌 격으로 (심리적인 촌수는) 멀긴 하지만.. 믿을 수 있고, 솔직하고, 깐깐한 분이라서 더 없이 좋았습니다. 



코니아기띠 메인공장 ♡


 

처음엔 솔직히 신기했어요. 실력있는 공장인데 왜 저희같은 브랜드와 일하고 싶어하셨을까? 나중에 넌지시 여쭤보니 말씀하시더라구요. 브랜드 공장들과 일하면서 실력이 높아지다보니 봉제 단가가 자연스레 높아졌고, 백화점 브랜드들은 높아진 봉제 단가 때문에 점점 해외로 생산을 돌리고 있는 현실. 다품종 소량생산을 불량 없이 소화해야하다보니 생기는 어려움들, 실수가 생기면 공장에 뒤집어 씌우는 관행, 그리고 갑질.. 그 업태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어려움들이 저희에겐 없었대요.


 

아기띠 단일 품목이라 생산하기도 수월하고, 안정적인 물량, 빠른 입금.. 그리고 갑질을 모르는 파트너라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를 알아보고 인정해주신 만큼 저희도 늘 최고로 대접해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일까요, 생산 퀄리티와 불량률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 공장과 회사 사이에도 알 수 없는 인연이란게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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